미국으로 나눔 교육 관련 연수를 떠난다고 했을 때 가장 궁금했던 YAC(Youth Advisory Committee, 청소년위원회).
YAC은 우리나라에서도 호랑이 기운을 북돋는 시리얼로 익숙한 켈로그에서 만든 ‘켈로그재단’의 기금으로 만든 유스필란트로피 프로젝트다. 청소년들이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비영리단체를 심사하고 배분을 결정하는 일을 한다. 

아름다운재단에서 미국으로 나눔교육 연수를 온다는 소식을 들었던 ‘마이크’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 우리와 만나고 싶다고 연락을 했다. 14세부터 YAC에서 활동하며 성장했고 20대 중반에 비영리 재단의 CEO가 되었다는 그였다. 와~! 우리가 LTG 교사 연수를 받기 위해 방문했던 그랜드래피즈지역재단(Grand Rapids Community Foundation)으로 마이크가 한 시간 남짓한 거리를 달려왔다. 그랜드래피즈지역재단의 YAC 담당자 역시 마이크를 만날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할 정도니 그가 얼마나 귀한 시간을 내어주었는지 알 수 있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 되었을까? 통통한 볼살이 청소년과 성인 중간 정도로 보이게 하는 마이크. 그러나 놀랄 정도로 명확히 그리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자신의 경험담을 전했다.

“저는 제 경험을 통해 청소년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YAC에서의 활동은 청소년들의 결정권이 기반이 된 활동이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아이들은 믿는 만큼 큰다는 것이 청소년을 대하는 나의 평소 지론이었지만 나는 과연 그동안 얼마나 청소년을 믿었는가 혹은 내가 믿고 싶은 대로만 믿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이 낸 제안서를 청소년들이 평가하고 결정하는, 어른들보다 더 많은 권력, 결정권을 가진 청소년들이 있는 곳. 피터팬, 삐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아이였을 때 좋아했던 동화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인 YAC. 그곳에서 성장한 마이크를 보며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까? 청소년들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보면서 마이크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하고자 한다.

 

마이크와 함께

마이크와 함께


다양한 청소년(또래)의 만남 

홀랜드/질랜드 지역재단 YAC 멤버의 초청으로 14살에 YAC에 참여했다. 시작했다. 처음에는 필란트로피, 기부, 비영리에 대해 잘 몰랐지만, 6개의 다른 학교 학생들,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평소에는 하지 못하는 경험을 한다는 것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평소에 만났던 사람들보다 더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은 나에게 도전이었다. 익숙했던 커뮤니티보다 훨씬 더 크고 영향력이 있었다. 마치 내가 학교의 대표처럼 (더욱 책임감 있게) 행동하게 된 것은 물론 (인종, 계층 등과 상관없이)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또래 친구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같이 일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

배분심사를 통한 의사결정 기술 향상

우리는 80,000달러 규모로 1년에 두 번 배분했다. 제안서를 받고 함께 평가하고 의사결정 하는 과정을 거치며 자부심을 느꼈다. 각각 보는 관점이 달라서 같은 제안서인데 다른 점수를 매겨서 논쟁하기도 했다. 어떤 프로그램이 진짜 청소년의 삶을 바꿀 것인가, 청소년들에게 진짜 도움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또한 몇 개의 프로그램에 큰돈을 오랫동안에 줄 것인가 아니면 많은 프로그램에 조금씩이라도 줄 것인가 하는 실제적인 고민을 하고 토론을 하기도 했다.

언제나 줄 수 있는 돈보다 많은 제안서를 받아서 고민이 많아졌고 결정이 어려웠다. 우리가 결정하는 권한이 있는가,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 옳은가, 어느 프로그램이 좋은 건지 우리가 잘 알고 있는가, 잘 결정하는 것인가에 대해 항상 고민하며, 지원을 결정하는 것이 어렵기도 했지만 새롭기도 했다. 이런 결정 과정을 통해 좀 더 크고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었고 무엇보다 멤버들이 모두 동의하는 결정을 하기 위해 논쟁하고 맞춰가면서 생각하는 폭이 넓어지게 되었다.

지역사회/비영리단체에 대한 이해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자라면서 몰랐던 수많은 비영리기관에 대해 제안서를 보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역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고 이를 비영리기관이 어떻게 해결해나가는지 알게 되었다. 지역사회에 관심을 두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배우고,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지역사회를 경험하게 되었다. 그래서 YAC 활동하면서 비영리와 사랑에 빠졌다.

비영리기관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변화를 보면서 비영리기관의 영향력과 발전 가능성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결국 이 분야에서 일하게 되었다. 함께 활동했던 YAC 멤버들 중에 나처럼 비영리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느 직종에 있든 자신의 위치에서 지역사회에 기여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YAC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를 알게 되고 참여하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비영리든 다른 영역에서든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YAC을 통해 성장했다고 생각하며 받은 것을 물려주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 

직업으로서의 기회

대학에 가서 직업에 대해 고민할 때, CMF대표가 대학 때 CMF인턴십으로 콘퍼런스를 기획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 인턴십을 마치고 대학 때 CMF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비영리, 기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YAC에 왔고, 인턴십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필란트로피, 기부, 비영리에 너무 많이 들어왔고, 많이 알게되었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 일을 해야겠다고 결정했다. 졸업한 이후, Holland/Zeeland 지역 재단에서 대표가 은퇴할 때까지 2년간 훈련을 받고 바로 대표로 일하게 됐다.

마이크 고어하우스(Mike Goorhouse)가 대표로 있는 홀랜드/질랜드 지역재단 전경입니다.

마이크 고어하우스(Mike Goorhouse)가 대표로 있는 홀랜드/질랜드 지역재단


어른들의 신뢰가 만든 변화

YAC에서 활동을 할 때, 지역재단의 실제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실제 이사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는 것도 보게 되었다. 어른들(이사회)이 청소년들을 만나고, 믿어주었기 때문에 지속해서 참여할 수 있었다. 이사회 참여를 통해 어른들의 리더십, 회의, 결정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처음 이사회에 참여했을 때는 발언권은 있었지만 투표권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2명의 멤버가 함께 하는데, 한 명(선배)은 투표권 있고, 한 명(후배)은 참여하며 배우고 있다. 처음 이사회에 참여했을 때 물론 어른들이 우려했던, 민감한 정보를 외부에 노출하는 책임감 없는 행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청소년들이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지속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고액 모금 과정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고등학생 때 잠재기부자에게 고액 기부를 요청하는 미팅에 함께 할 기회를 갖게 해 주었다. 2년 정도 10-15번 정도 고액 모금 미팅을 하게 되어, 점점 내가 아는 것이 많아지고 대화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기부요청 기술을 점점 익혀가고, 잠재기부자가 어른보다 청소년인 나와 대화하는 것을 더 좋아하여 나에게 질문을 더 많이 하면서 대부분에 대해 대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내가 한 기관을 대표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고, 성공적으로 돈을 많이 모금할 수 있었다.

이처럼 YAC의 주요활동인 배분, 그리고 이사회 참여, 고액모금 요청 기회, 비영리기관에서의 파트타임, 풀타임의 모든 기회와 순간들이 어른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다. 어린아이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고, 이런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발견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청소년을 믿어주는 일이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학교 안에서 청소년들에게 실제적 결정의 기회를 주고, 믿어 주려는 의지만 있어도 다른 세상, 다른 인생을 만들 것이다.

From 마이크

글 정임미희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