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도 바쁜데 돈 내고 말자”는 문화, 아이들 주도성 살린 나눔교육 필요해

“연말에 어려운 사람들한테 돈을 주면 되지. 나눔을 어떻게 가르쳐?” “나눔을 가르친다”고 하면 많은 부모들이 이런 반응을 보인다. 나눔은 곧 돈이고, 수혜자한테만 도움이 되는 활동이라는 인식이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나눔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등장한다. 줄넘기를 하고 엄마에게 받은 돈으로 소년소녀 가장에게 기부한 열두 살 소녀, 걸어서 미국을 횡단하면서 집 없는 아이들을 위해 모금 운동을 한 열한 살짜리 소년 등 학생들의 나눔 아이디어는 통통 튄다. 

얼마 전 출간된 <어린이 모금가들의 좌충우돌 나눔도전기>(초록개구리)에는 이렇게 자기만의 나눔 아이디어를 보여준 전세계 학생들의 사연이 등장한다. 이들은 나눔의 주제를 찾으면서 다양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사회공부까지 겸하고 있다. 나눔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책을 쓴 아름다운재단 나눔교육센터 임주현 간사를 통해 답을 구해봤다.

 

-아름다운재단 나눔교육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하나?

 “아이들이 건강한 나눔 습관과 가치관을 가진 미래세대로 성장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어린이 나눔클럽을 운영하고, 다양한 나눔교육 자료와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그리고 나눔교육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에 열린 청소년 대상 나눔콘서트 ‘여우와 장미’도 그 일환으로 연 행사였다.”

 

-전세계 어린이 모금가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계기가 있나?

 “나눔교육사업을 진행하면서 생활의 한 부분처럼 재미있게 모금 활동을 즐기는 해외 학생들의 이야기를 접하고선 우리나라 어린이들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많이 했다. 그 과정에서 어린이 모금가 ‘반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스스로 나눔의 주제를 찾고, 모금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어린이 모금가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해외 어린이 모금가 이야기뿐 아니라 우리나라 어린이 모금가 사례도 발굴을 했다. 아이들한테 “내 친구도 이런 걸 하는데 나도 해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을 것 같아 책으로 묶었다.” 

어린이 모금가들의 좌충우돌 나눔이야기 표지 디자인(초록개구리 출판사 제공) 

 

-책을 보면 어린이 모금가들의 다양한 나눔 아이디어와 실천 사례들이 소개돼 있다.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외국에서는 보통 어떤 방식으로 나눔교육을 하고 있나?

“해외 어린이들은 나눔을 생활의 일부분처럼 즐긴다. 어릴 때부터 학교, 가정, 개인 단위로 기부, 모금, 봉사활동에 많이 참여한다. 교육 환경 자체가 자기주도성을 많이 강조하는 분위기라 그런지 나눔활동도 자기주도성을 살려주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사회와 다양한 나눔의 주제에 관심을 갖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이 많다.”

 

-해외 사례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나눔교육 현실은 어떤가?

“달라진 부분들이 있지만 여전히 틀에 갇혀 있다. 나눔이라고 하면 단순 기부나 단순 봉사에 한정돼 있다. 아이들이 나눔을 하면서 상상력이나 자기주도성을 발휘할 여지가 없다. 단체로 어딜 가서 봉사를 시키고, 그야말로 시킨 대로 노동을 하고 돌아온다. 독일의 한 학교에는 ‘아프리카 주간’이 있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역사, 생활, 문화에 대한 공부도 하고, 책도 읽어본 뒤에 그림 그리기, 독후감 쓰기 등의 활동을 하면서 결과물을 전시한다. 부모님은 전시를 보러 와서 작품을 사간다. 그걸로 기부를 하는 거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그냥 돈 모아서 보내자”고 했을 거다. 우리는 흔히 나눔의 수혜자가 되는 아이들을 보면서 마냥 ‘불쌍하다’는 생각만 한다. 그들을 동물원 원숭이처럼 보는 경향이 강하다. 해외에서는 ‘그곳 아이들도 행복한데 우리가 갖고 있는 걸 서로 나누면 이 친구들이 못 해본 활동들도 해볼 수 있다’는 수준으로 교육을 한다.”

 

-책에도 소개했지만 최근 나눔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학생들이 내놓은 나눔 아이디어 가운데 인상적인 아이디어가 있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조금씩 실천하면서 나눔의 영역을 확장하는 사례들이 나온다. 흥미롭다. 폐지를 팔아서, 줄넘기를 해서 모금을 한 아이도 있고, 생일 선물 대신 기부금을 받는 아이도 있다. 전교회장에 출마하면서 공약으로 친구들과 300만원을 모아 저개발 국가 아이들을 돕자고 한 친구도 봤다. 또 마술을 보여주고 받은 돈으로 기부를 하는 등 재능 나눔을 하는 친구들 사례도 흥미로웠다.”

 

-나눔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나와 다른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거다. 기부자와 수혜자가 서로 조금 다를 뿐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작은 실천이 대단히 큰 힘이 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잘하는 마술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기부를 받아서 그걸 어려운 아이들한테 전달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작은 실천이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경험을 해봐야 한다.”

 

-나눔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있지 않나?  

“일반적으로 나눔이라고 하면 먼 나라 이야기로 인식한다. 돈을 내고 가볍게 끝내버리자는 식으로 여긴다. 모금을 하는 것도 남에게 손 벌리는 일, 그것 자체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나눔이라는 게 아직은 생활에 스며들지 못한 것 같다. 요즘은 기부나 봉사가 일종의 스펙이 된 것도 같다. 그리고 모금단체 비리, 투명성 논란 등이 일면서 기부나 모금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뀐 점도 있다. 나눔클럽에서 활동하는 학부모들이 주변 부모들에게 나눔클럽을 소개해도 기부, 나눔이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을 닫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정에서는 어떤 나눔교육을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나눔에 대해 갇힌 생각을 안 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열린 사고로 나눔의 다양한 방식을 만나도록 경험의 기회를 주는 거다. 어려운 이웃을 보면서 막연히 불쌍하다는 시각에 갇히지 말고 나와 상황이 조금 다르고, 나와 쉽게 손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하게 도와야 한다. 예를 들어, 다문화 가정의 친구들, 장애인 친구들 등 나와 다른 친구들을 만나고 그 아이와 친해질 기회를 많이 열어줘야 한다. 나와 다른 사람들과 허물없이 대화할 수 있는 경험치도 줘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솔선수범이다. 부모가 먼저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바로 교육이다.”

부모님을 위한 나눔교육 칠계명

1. 부모님이 먼저 나눔 실천의 모델이 되어주세요.

2. 아이들도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힘이 있음을 기억하세요.

3. 자녀에게 다양한 나눔의 방법을 알려주세요.

4. 일시적인 나눔뿐 아니라 1년을 두고 꾸준히 실천할 일을 알려주세요.

5. 아이들이 직접 조사하고 나눔 활동을 계획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세요.

6. 자녀의 나눔 활동을 칭찬해 주세요.

7. 지금 시작하세요. 나눔의 습관은 빨리 가르칠수록 쉽게 자리를 잡습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본 포스트는 2012년 10월 15일 한겨레신문 ‘함께하는교육’ 코너에 소개된 기획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