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에는 청소년들이 우선순위 사회이슈를 정하고, 이를 위한 공익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단체를 심사하여 배분,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청소년배분위원회가 있습니다. 청소년배분위원회 2기의 공모주제는 ‘차별’이었으며, 다양성을 인정하고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접수받아 심사를 통해 총 5개팀을 선정하였습니다. 청소년배분위원회가 어떤 프로젝트를 지원하였는지, 그리고 어떤 팀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지 하나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 세번째 이야기로 매드프라이드 미디어기록단과 청소년배분위원 김연서위원과 변서윤 위원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매드프라이드 미디어기록단은 영상을 통해 이야기하는 정신장애 당사자와 비당사자가 함께 활동하고 있는 그룹입니다. 2019년 10월,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최될 ‘매드프라이드 서울’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기록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다큐멘터리 <버블 패밀리>를 만든 마민지 감독이 기록단을 총괄하고 있고 <피의 연대기>를 제작한 오희정 프로듀서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본 기록 작업을 통해 정신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캠페인 영상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환청, 망상, 자해, 자살, 그리고 끔찍한 ‘묻지마 범죄’. 최근 보도되는 정신장애인의 모습은 이러한 낯설고 어둡고 위험한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미디어 안에서 정신장애인은 무슨 행동을 할 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위험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한다. 저런 사람이 밖에 돌아다니면 안 된다고. 우리 사회와 격리해 병원에 넣어야 한다고.  때때로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는 좀 다른 장애인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때는 정신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노력형 인간이거나 정신장애를 ‘만회’할 정도로 뛰어난 천재이다. 부정적 이미지보다는 좀 나을 지 몰라도 장애인을 비장애인과는 전혀 다른 존재로 그린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장애를 열등한 것으로 전제한다는 점에서도 문제다.

정신장애인이 자신의 존재를 자랑스럽게 드러내는 축제 ‘매드프라이드’ 무대에서 세 명의 진행자가 말을 하고 있다

정신장애인이 자신의 존재를 자랑스럽게 드러내는 축제 ‘매드프라이드’

이러한 혐오나 차별의 시선에서는 정신장애인의 모습을 제대로 담을 수 없다. 특히 정신장애인이 자신의 존재를 자랑스럽게 드러내는 축제 ‘매드프라이드’를 기록할 때는 더 새로운 시선, 평등한 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좀 다른 눈으로 정신장애인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뭉쳤다. 아름다운재단 청소년배분위원회 매드프라이드 미디어기록단이 힘을 모은 것이다.

편견 없는 면접 심사… 그 앞에서 터진 눈물

김연서 위원과 변서윤 위원은 우연히 아름다운재단 청소년배분위원회를 알게 됐다. 그리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활동을 시작했다. 변서윤 위원은 예전에 다른 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했는데, 당시에는 청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고 기관에서도 자신의 활동에 별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찾던 중 청소년배분위원회를 만났다. 

‘배분’은 낯설었다. 사실 두 사람은 ‘배분’이 그저 단체들의 요청에 따라 그때그때 돈을 나눠주는 행정 업무라고만 생각했었다. 이렇게까지 청소년이 주체가 되는 활동을 본 적이 없던 것이다. 예상과 달리(?) 아름다운재단 청소년 배분위원회는 직접 ‘차별 해소’라는 주제를 정해 사업을 공모하고 심사도 했다. 이 때 가장 처음 들어온 서류가 바로 ‘매드프라이드 기록단’의 것이었다. 김연서 위원은 “서류 첫 페이지를 읽고 모든 위원들이 ‘오오~’라고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뽑아야겠다’ 싶더라”고 전했다. 페이지를 넘겨서 자세히 내용을 들여다보니 모든 활동이 ‘대박이었다’고 한다. 면접을 해보니 더 큰 확신이 들었다. 기록단이 면접장에서 나가자 마자 한 위원은 “저 분들이야”라고 말했다. 투표를 할 때도 매드프라이드 기록단은 만장일치로 1위를 차지했다.

아름다운재단 청소년배분위원회 변서윤, 김연서 위원

아름다운재단 청소년배분위원회 변서윤, 김연서 위원

매드프라이드 기록단 역시 우연히 활동을 시작했다. 마민지 감독이 길에서 지인을 만났는데, 그에게 “지금 ‘매드프라이드’를 기획 중인데 한번 조직위원회에 와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바로 친구인 오희정 PD에게 문자를 보냈다. 두 사람은 우울장애∙불안장애∙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당사자이기도 하다. 안 그래도 정신장애에 대한 작업을 고민하던 차에 매드프라이드는 좋은 기회였다. 이후 두 사람은 기록 작업을 지원해줄 만한 곳을 찾다가 아름다운재단 청소년배분위원회를 알게 됐다. 아무래도 청소년들은 보다 편견없이 정신장애인을 바라보지 않을까 싶은 기대도 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적중했다. 면접 분위기는 참 좋았다. 거부감부터 보이는 기성세대와 달랐다.

특히 오희정 PD는 면접을 보다가 왈칵 눈물을 쏟기도 했다. 그는 아직도 겸연쩍은 듯 “원래 진짜 그런 캐릭터가 아닌데… 저도 당황했어요”라고 말했다. 오 PD는 당시의 면접이 처음으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병을 드러낸 경험이라고 했다. 정신장애인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그것이 당사자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매드프라이드미디어기록단의 마민지 감독과 오희정 PD

매드프라이드미디어기록단의 마민지 감독과 오희정 PD

전교에 방송된 ‘매드프라이드’ 홍보 영상

매드프라이드는 바로 오희정 PD가 그랬듯 여러 정신장애인이 자신의 존재를 당당히 드러내면서 자존감을 높이는 자리이다. 또한 청소년 배분위원들이 그랬듯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함께 연대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처음이라 더 즐겁고 그만큼 더 힘들었을 제1회 매드프라이드는 무사히 막을 내렸다. 여러 매체가 행사를 다룰 만큼 여론의 주목도 받았다. 기록단은 이 역사적인 행사의 처음과 끝, 기획부터 행사 개최까지를 모두 카메라에 담았다. 많은 사람들이 열띠게 논쟁하고 협의하는 모든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조직위 안에서는 장애∙성정체성 및 성지향성 등 여러 소수자성이 서로 복잡하게 교차했다. 또한 같은 장애인도 증상과 장애의 내용이 조금씩 다르고 저마다 성격도 달랐다. 이 때문에 때로는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첫 행사이다 보니 열악한 제반 환경도 큰 걸림돌이었다. 기록단이지만 미디어 기록에만 집중할 수는 없었다. 엑셀로 예산 정산도 하고, 행사 보도 가이드라인도 만들었다. 당일 행사에는 잠시 행사 안내까지 맡았다. 안내 부스 뒤에 촬영 장비를 두었는데 부스에 갑자기 행사 문의가 몰리자 기록단이 직접 안내에 나선 것이다.

매드프라이트 행진

매드프라이트 행진

매드프라이드 준비와 진행과정을 기록하고 있는 마민지 감독

매드프라이드 준비와 진행과정을 기록하고 있는 마민지 감독

청소년 배분위원들 역시 매드프라이드 현장에 참여했다. 함께 모여 부스를 돌아보고 공연도 보고 행진도 했다. 춤도 췄다. 기념품을 사서 주변에 나눠주거나 페이스북에 인증샷을 올려서 자랑을 하기도 했다. 직접 심사해 배분한 활동 현장을 함께 보고 서울 한복판인 광화문에서 행진까지 것은 배분위원들에게도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특히 김연서 위원은 행사 전부터 홍보에 적극 나섰다. 학교 측을 설득해서 매드프라이드 홍보 영상을 전교생에게 방송한 것이다. “이게 도대체 뭐냐”는 문의가 폭발했다. 다른 반은 물론 선배들까지 그를 만나 질문을 던졌다. 청소년 배분위원회나 매드프라이드에 관심을 갖게 된 친구도 있었지만 “공공장소에서 이런 걸 왜 하냐? 너가 이 문제를 신경 쓰냐”는 부정적 반응도 많았다. 

청소년배분위원들은 “학교에 우울증을 겪는 친구가 많다”고 했다. 그리고 동시에 우울증에 대한 편견도 많다고 했다. “쟤는 조금만 힘들어도 위축될 것”이라고 넘겨짚고 심지어 따돌리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변서윤 위원은 “감기에 걸렸다고 해서 사람을 ‘감기’라고 부르지는 않는데, 우울증에 걸리면 ‘쟤는 우울증’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개별의 사람이 아니라 장애로만 본다는 지적이다.

괴물이 아닌 사람, 대상이 아닌 주체

실제 우리 사회의 인식도 그렇다. 매드프라이드를 소개한 기사에는 “위험한 사람들이 맘대로 돌아다니도록 내버려둬야 한다는 거냐?”, “정신병이 무슨 자랑이라고 행사까지 하냐”는 댓글이 많다. 이에 대해 마민지 감독은 “조현병의 경우 급성기(상태가 매우 안 좋아지는 시기)가 올 때 자발적 단기 입원만 하면 된다. 필요한 것은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시키는 장기 강제입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변서윤 위원은 “장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확률이 그 사람에게 간 것 뿐이다. 장애가 없는 게 벼슬도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차별을 깨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주 만나 서로의 존재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이번 매드프라이드는 바로 그렇게 정신장애인을 만나는 소중한 자리이기도 하다. 김연서 위원은 “나 역시 ‘정신장애인은 자신감도 없고 이런 활동에 적극 참여하진 않는다’는 편견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다”고 전했다. 당사자인 기록단에게도 매드프라이드는 많은 정신장애인을 만나 함께 활동하는 방법을 배우는 좋은 기회였다. 정신장애인이 증상으로 힘들어하면 당황하지 말고 잠시 쉴 수 있도록 차분하게 도와주면 된다. 실제로 매드프라이드 당일에 급성기를 겪는 당사자 출연자도 있었는데, 이들은 무대 뒤에서 충분히 휴식을 가진 뒤 자신의 순서가 되면 최선을 다해 공연을 마쳤다.

이렇게 ‘괴물’이 아닌 ‘사람’으로 정신장애인을 만날 기회가 많아진다면, 우리는 올바른 정보를 알게 되고 서로 친해질 방법을 함께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신장애인은 더 이상 낯설고 무서워서 격리시켜야 할 ‘대상’이 아니라 비장애인과 조금 다른 정체성을 가진 존엄한 ‘주체’가 될 것이다. 이러한 미래를 위해서 매드프라이드도 계속될 테고 기록단도 활동을 이어갈 것이다. 배분위원들 역시 앞으로도 각자의 자리에서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옹호하는 든든한 지지자가 될 것이다. 이런 노력들이 쌓이면 언젠가 “예전에는 정신장애에 대한 차별이 심했지. 매드프라이드가 열리면서 많이 달라졌어”라고 회상할 지도 모른다.

그 변화의 출발점에서 아름다운재단 청소년배분위원회와 매드프라이드 기록단은 나란히 함께 첫 발을 뗐다.

변화의 출발점에 함께 선 매드프라이드미디어기록단과 청소년배분위원회

변화의 출발점에 함께 선 매드프라이드미디어기록단과 청소년배분위원회

글 박효원 l 사진 매드프라이드미디어기록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