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에는 청소년들이 우선순위 사회이슈를 정하고, 이를 위한 공익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단체를 심사하여 배분,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청소년배분위원회가 있습니다. 청소년배분위원회 2기의 공모주제는 ‘차별’이었으며, 다양성을 인정하고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접수받아 심사를 통해 총 5개팀을 선정하였습니다. 청소년배분위원회가 어떤 프로젝트를 지원하였는지, 그리고 어떤 팀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지 하나씩 소개합니다. 이번에는 마포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무지개의원과 청소년배분위원회 김현태위원과 이한주위원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무지개의원은 청소년배분위원회의 지원으로 ‘다양할수록 행복하고 연결될수록 건강하다’라는 가치를 내세우며, 우리 곁에 평범하게 존재하지만 사회적 차별로 인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무지개학교>를 진행하였습니다. 


‘대단한 분’들에게 ‘엄청난 돈’을 배분해 보니

아직 청소년인데 어른들이 정해준 자원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어른들의 활동을 심사해 지원금을 배분한다. 사업의 주제와 방식도 모두 스스로 정한다. 청소년이 이런 것까지 해도 되나 싶다. 분명히 병원인데 진료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을 불러모아서 강좌를 한다. 그것도 건강 강좌가 아니라 ‘인권과 차별’에 대한 강좌다. 병원이 뭘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싶다.

한 동안 1천만원의 지원금을 배분한 아름다운재단 청소년배분위원회와 그 지원금을 통해 ‘무지개학교’를 연 마포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무지개의원. 이 둘은 이렇게 다른 듯 닮았다. 올해 아름다운재단 청소년배분위원들은 프로젝트를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보기 위해 각자 담당을 정했는데, 김현태 위원과 이한주 위원이 무지개의원을 맡았다. 마지막 강의가 열리는 초겨울의 밤, 위원들은 직접 강의장을 찾았고, 행사를 준비하던 무지개의원 활동가들이 반갑게 맞았다.

청소년배분위원회 지원단체인 무지개위원의 무지개학교. 마지막 강연을 찾은 청소년배분위원

청소년배분위원회 지원단체인 무지개위원의 <무지개학교> 마지막 강연을 찾은 청소년배분위원

첫 발을 같이 디딘 청소년배분위원회와 무지개의원

김현태 위원과 이한주 위원은 둘 다 청소년 활동에 익숙하다. 자원활동도 하고 동아리활동도 해보았다. 또래 청소년들끼리 학생회 활동도 했고, 동네에서 청소년자치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성인들과 함께 사업을 주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분’은 정말 듣도 보도 못한 방식이었다. 성인에게도 마찬가지지만, 청소년들에게 1천만원은 “범접할 수 없는” 액수이며, 당황스러울 정도로 많은 돈이다. 그래서 배분 활동을 접했을 때의 첫 반응도 바로 “뭐? 천만원?”이라는 것이었다. 위원들은 “청소년들이 이렇게 큰 돈을 가지고 활동을 한다는 게 놀라웠다”고 입을 모았다.

이 ‘엄청난 돈’을 배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이렇게 힘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정도였다. 청소년배분위원회는 3월부터 활동을 시작하고 2주에 한번씩 만나서 회의를 했는데, 여러 지역에서 서로 다른 학교와 학년의 청소년들이 참여하다 보니 모이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한 위원이 시험을 마치면 또 다른 위원이 시험 기간인 식이었다. 활동의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웠지만, 그 중의 으뜸은 역시 심사다. 배분위원들은 함께 서류 심사를 하고 면접도 봤다. 김현태 위원과 이한주 위원은 직접 면접위원으로 참여하지는 않고 대기실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그것만으로도 설레고 떨리는 시간이었다. 김현태 위원은 “만나보니 더 대단하신 분들이더라. 이런 사람들을 만나서 참 행복했다”고 당시의 소감을 이야기했다.

면접 심사를 준비 중인 청소년배분위원

면접 심사를 준비 중인 청소년배분위원

면접 심사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무지개위원과 청소년배분위원

면접 심사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무지개위원과 청소년배분위원

그런 ‘대단한 분’을 심사하는 과정은 즐겁고도 괴로웠다. 이한주 위원은 “어떤 곳은 지원을 받고 다른 곳은 못 받고, 그런 결정을 할 때가 제일 힘들었다”고 말했다. ‘다 좋은 일을 하는 분들인데 내가 이 분들을 평가할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위원들은 이런 마음으로 오랫동안 고민했다. 어떻게든 한 곳이라도 더 주고 싶었고 결국 지원액을 조정해 애초 계획보다 한 곳을 더 지원하기로 했다. 이런 마음으로 사업을 지원하다 보니 1천만원도 부족했다. 김현태 위원은 “내년엔 예산을 늘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치열한 고민과 논의 끝에 무지개의원의 교육프로그램 ‘무지개학교’가 지원사업으로 선정됐다. 이제 막 시작하는 무지개학교 프로그램을 위해 아름다운재단 청소년배분위원회도 함께 첫 발을 딛기로 한 것이다.

질문은 날카로운데 분위기는 훈훈한 면접

무지개의원은 그냥 병원이 아니다. 지역 주민이 함께 출자해서 만드는 협동조합형 병원이다. 지역 주민들이 건강하려면 진료만 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무지개의원의 믿음이다. 주민들이 병원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자기 몸의 주인이 되어야 제대로 건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지개의원은 이를 위해 오래 전부터 교육 프로그램을 생각해 왔다. 이 이상한 병원이 믿는 것이 또 하나 있다. 건강은 관계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고립된 사람은 외로워서 더 아프고, 아픈데 의지할 데가 없어서 더 외로워진다. 이런 상태는 결코 ‘건강’한 상황이 아니다.

차별없이 다양한 사람이 만나야 건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인권교육을 기획하게 된 무지개의원의 로고

차별없이 다양한 사람이 만나야 건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인권교육을 기획하게 된 무지개의원

한희 무지개의원 교육위원장은 “결국 차별없이 다양한 사람이 만나야 건강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다양성에 대한 인권 교육을 기획했다. 사업 욕심은 많았지만 비용 때문에 늘 고민이 컸던 무지개의원은 운명처럼 아름다운재단 청소년배분위원회를 만났다. 공모사업의 주제(차별해소)는 물론이고 시기∙규모 등 모든 것이 딱 맞아떨어졌다. 기분 좋게 지원 서류를 냈고, 1차로 합격을 해서 면접에 갔다.

반짝 무지개의원 활동가는 “청소년이 면접하는 경우는 처음이라서 많이 긴장했다”면서 “질문이 굉장히 날카로웠다”고 전했다. 인터뷰 예상 질문지도 미리 만들었는데, “청소년 의견이 안 들어간 것 같다”, “후속 계획은 뭐냐” 등등 생각하지 못한 질문들이 많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분위기가 살벌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따뜻했다. 반짝 활동가는 “다른 곳에서는 ‘우리가 지원해주면 너희는 뭘 내놓을래?’ 라는 차가운 느낌”이라면서 “여기는 ‘이런 좋은 일을 하는데 꼭 (선정)되시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시더라”고 설명했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지원하고 싶은 배분위원들의 마음이 심사를 받는 활동가들에게도 전해진 것이다.
쌍방이 모두 긴장하던 심사를 거쳐 무지개학교 프로젝트는 최종 합격을 했다. 이한주 위원은 “강의를 통해서 여러 문제를 다루는데, 그 내용이 다양해서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김현태 위원은 “소수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라서 좋았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야 더 평등한 사회로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사람이 함께 연결되어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사회’로

무지개학교는 총 4차례에 걸쳐 노인∙노동∙장애 등을 다양한 소수자의 인권과 정체성을 다루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다양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고 낯선 질문도 던졌다. 그러나 무지개학교는 강좌를 듣는 수강생들만을 위한 학교가 아니다. 이 사업을 운영한 활동가들도 지원한 배분위원들도 이 학교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혔다.

노인∙노동∙장애 등을 다양한 소수자의 인권과 정체성을 다루며 진행한 무지개학교의 강연 모습

노인∙노동∙장애 등을 다양한 소수자의 인권과 정체성을 다루며 진행한 무지개학교의 강연 모습

노인∙노동∙장애 등을 다양한 소수자의 인권과 정체성을 다루며 진행한 무지개학교

반짝 활동가는 “모든 강의가 좋았다. 이런 좋은 강의를 우리가 만들었나 싶을 정도”라고 했다. 그는 이번 강의를 들으면서 ‘혹시 값싼 연민으로 소수자를 대한 것 아닌가’라고 성찰을 했다고 한다. 한희 교육위원장은 “교육위원들이 함께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우리 조합의 가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무지개학교를 세우면서 교육위원회, 더 나아가 조합이 더 단단해진 것이다.

청소년배분위원들도 많이 자랐다. 김현태 위원은 ’나중에 커서 이런 일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도 품게 되었다. 진로에 대한 생각이 더 넓어진 것이다. 이한주 위원 역시 사회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예전에는 문제가 생길 때 ‘누군가 해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지만, 이제는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멘탈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첫 무지개학교는 무사히 끝이 났다. 청소년인데 배분을 하고 병원인데 교육을 하면서, 사회가 정한 ‘본분’을 넘어 자신의 역할을 고민한 사람들이 함께 만든 소중한 성과이다. ‘다양할수록 행복하고 연결될수록 건강하다’는 무지개학교의 슬로건은 딱 맞는 말이었다. 접점이 없을 것 같던 청소년배분위원회와 무지개의원이 연결되니 더 행복하고 건강한 교육을 만들 수 있었다. 이렇게 더 많은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무지개를 그리다 보면 아름다운재단 청소년배분위원회의 사업 슬로건처럼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사회’는 분명히 더 빨라질 것이다.

글 l 박효원
사진 l 아름다운재단, 무지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