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시장에서 판매할 물건을 정리하는 아이들, 소소한 공유에서부터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10월 9일, 세곡천 일대에 마을 벼룩시장이 개최됐다. 벼룩시장 개장은 10시였지만 7시 전에 이미 길목 좋은 자리를 도맡은 소년들이 눈에 띈다. 바로 강남보금자리마을봉사단의 아이들. 꿀 같은 연휴의 아침잠도 마다하고 바삐 움직이는 이유는 반디 활동 ‘독거노인을 위함 모금’을 진행하는 까닭이다.  

장터에 울려 퍼진 나눔의 메아리

아이들은 돗자리를 판매대 삼아 갖가지 상품을 진열하고 독거노인을 위한 모금함과 패널도 펼쳤다. 활동계획을 엄마들과 함께 공유했더니, 아이들의 활동에 힘을 조금이라도 보태기 위해 지원도 전폭적이었다. 엄마들은 아이들의 가게 옆에서 손수 집에서 만든 음료수와 떡을 판매해 기부에 보태기로 했다. 부모자녀가 함께하는 살아있는 나눔의 장이었다. 

“작은 물질이나 소소한 시간을 공유하는 데 보람을 느낀 적이 많았어요. 사실 나눔은 거창한 모금이라기보다 자그마한 공유에서 출발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아이들이 반디 파트너를 통해 그 같은 나눔을 하는 것이 너무 흐뭇했어요.” 

<아이들의 뜻에 힘을 보태기 위해 엄마들이 직접 자몽청과 더치커피를 준비해서 함께 판매했다.>

 

당장은 발길이 모이지 않는 듯했다. 즉각 아이들은 판매대를 전진 배치했고, 모금함은 중앙으로 세워뒀다. 한 아이는 남동생을 장사에 동참시키더니 길 지나던 여자 친구마저 가세하게끔 했다. 그런데 숫기 없는 남학생들과 달리 여학생의 장사 수완이 제법이다. 이에 질세라 남학생들은 손수건 마술을 선보였다. 그 덕에 인파는 점점 성황을 이루었다. 아이들은 상품을 팔 때마다 신이 났다. 가격은 간혹 오락가락했지만, 전연 아낌이 없었다. “서비스 좀 드려. 깎아 드려. 더치커피는 병으로 안 팔리면 잔으로 팔아요. 핫팩은 가격 낮춰 묶음으로 팔아요.” 

<벼룩시장의 수익금은 강남구노인통합지원센터를 통해 독거노인 의료비로 기부될 예정이다.>

 

독거노인을 위해 아낌없는 반디 가게는 우렁찬 아이들의 목소리와 나눔에 함께 하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만약 독거노인이 이 가게를 지나친다면 도무지 외롭지 않을 터. 이제 수익금은 많든 작든 소중하게 강남구노인통합지원센터를 통해 독거노인 의료비로 기부될 것이다.  

당초 예정했던 마감시간 12시를 넘기도록 반디 가게는 장사를, 아니 나눔을 그치지 않았다. 오늘의 경험이 아이들의 가슴 속에 어떻게 남겨질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벌써부터 다음 번 나눔 계획을 세우는 아이들의 눈빛을 마주하니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이미 정해진 듯싶었다.  

어르신이 고독하지 않게 희망을 비추는 반디 불빛

부모자녀가 함께 마을에서 환경미화 같은 자원봉사로 활동해 온 강남보금자리마을봉사단은 이번 여름부터 반디 파트너로 활동해오고 있다. 강남보금자리마을봉사단의 반딧불이(성인멘토)인 박수진씨는 자식 같은 미래 세대를 향한 애틋함으로, 마을의 학부모 공동체에도 반디 파트너의 나눔에 대해 홍보했다. 

<강남보금자리마을봉사단 반딧불이 박수진 선생님>

 

“미래 세대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해 짚어주고 싶었어요. 저도 엄마다 보니 제 아들이 따뜻한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라거든요. 그래서 꼭 나눔 활동을 교육하고 싶었어요. 반디 파트너는 지역사회와 주변 사람도 둘러볼 수 있고, 공동체 의식도 발휘할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 유익할 것 같았어요.” 

나눔이란 감동, 즉 마음을 움직이는 법. 학부모는 자녀에게 나눔을 권유했고, 자녀는 권유보단 자유의지로 반디 파트너에 동참했다. 6학년 동현이, 5학년 민철이, 상원이, 창준이, 4학년 은찬이, 동준이까지, 6명의 아이들은 박수진씨의 최소한의 가이드 속에서 나눔 주제를 토의하기 시작했다. 그중 마을의 독거노인 문제가 화제로 떠올랐고, 곧바로 강남구노인통합지원센터에 방문해 독거노인의 생활을 동영상으로 시청할 수 있었다.  

독거노인의 외로움은 아이들의 시선에 고스란히 담겼다. 무엇보다 제 할아버지할머니가 떠올랐던 탓. 이제 독거노인의 사안은 더 이상 타인의 일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심장에 나눔의 빛이 반짝인 건 그 순간이었다. 

“아이들이 어르신들의 건강을 염려하더라고요. 어르신들이 위험하면 어떡하느냐고. 사회복지사가 일일이 찾아갈 수 없어 영상폰으로 체크한다 하니 구동법도 자세히 물어보는가 하면 사회복지사의 인력 확대를 서울시에 건의하자고도 주장하더라고요.” 

어르신들의 건강을 가장 걱정하던 아이들은 아니나 다를까 독거노인의 의료비를 벼룩시장을 통해 모금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여물지 않았어도 그 나눔의 마음이 웬만한 어른보다 나았다. 작은 반디의 빛이 독거노인의 어둠을 환히 밝혔다. 

<강남보금자리마을봉사단 반디 아이들이 독거어르신 의료비 지원을 위해 가을 햇빛 아래 모였다.>

 

무더웠던 여름을 지나 만난 가을. 아이들의 나눔의 빛은 더욱 짙어져 풍성한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 ‘미래 세대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해 짚어주고 싶었어요.’ 선생님의 바람도 조금씩 이뤄지고 있는 듯. 그렇게 반디의 계절을 지나며 아이들도, 어른들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실제 빛에는 치유의 성질이 있듯, 가을 태양보다 뜨거웠던 나눔의 빛이 머무른 아이들은 이미 그 존재만으로 독거노인의 치료약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하나 더 바라본다. 모든 반디가 나눔의 빛이 되어 세상을 치유할 수 있기를 박수치며 응원한다. 

글. 노현덕 / 사진. 조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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